2009. 5. 16. 02:33

자취생 식탁 - 호화로운 토마토 버섯 파스타





파스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파스타친구다.

파스타친구는 프랑스에서 어렵게 음악공부를 하는 고학생이었는데,

저녁 끼니마다 매일같이 파스타를 삶았다.

파스타만 대량으로 사두고 소금, 올리브유만 있으면 오랫동안 굶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삶아서 올리브유와 소금만 뿌려 먹거나 스스로 좀 칭찬하고 싶은 날에는 시판 소스를 얹어 먹는다면서.  

프랑스에서 저녁 시간이면 내 시간은 한참 새벽을 달리고 있는지라 배가 고파서 요동을 치면서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혼자 파스타를 삶는 모습이 쉬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때부터 파스타는 내게 고독의 대명사가 되었다.

 

어찌 된 일인지 파스타친구와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언젠가 한 번은 눅눅한 지하 자취방에 혼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파스타친구가 생각나서

파스타를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하던 대로 끓는 물에 소금을 좀 넣어 파스타를 삶고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짜고 가장 질긴 파스타였다.

 

사람과 헤어졌을 때, 진심 없는 예절을 강요받을 때

무식하고 천박한 청춘이라고 손가락질당할 때 아픈 사연들을 알았을 때마다

의식처럼 세상에서 가장 짜고 질긴 그의 파스타를 먹어왔다.

하얗고 미끈한 면발이 뱃속에 차오르면 나는 잘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이런 여유가 있었다고, 토마토 버섯 파스타를 만드느라 재료들을 앞에 두고 있자니

머나먼 이국땅에서 혼자 파스타를 삶는 파스타 친구가 생각난다.

소금과 올리브유로만 만든 그의 파스타에 비하면 송구스럽도록 호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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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토마토 버섯 파스타 (2인분)

 

재료    애느타리버섯 120g, 양송이버섯 80g, 양파 1/2개, 다진마늘 1/2큰술토마토소스 1컵(+,-),

스파게티 140-160g, 파르펠레 20-40g, 올리브유 약간, 바질 약간, 파마산 치즈가루, 파슬리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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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값싼 애느타리버섯과 양식에 잘 어울리는 양송이버섯을 준비했는데요,

아무 버섯이나 형편대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단, 표고는 잘 어울리지 않아요~

 

+ 파스타면 역시 형편과 입맛대로 준비하세요.

저는 스파게티와 파르펠레 준비했는데요,

토마토소스가 워낙 기본 소스이니만큼 펜네나 페투치니 등 다른 파스타도 잘 어울려요.

 

+ 파스타면 삶는 동안 채소를 볶고 소스 준비해도 충분합니다. 시간 배분을 효율적으로 합시다아 ^^

면이 좀 일찍 삶아졌다면 올리브오일 뿌려 섞어 두는 것 잊지 마세요~

 

+ 토마토소스는 시판 소스를 사용하셔도 좋고 저처럼 직접 만들어 쓰시면 더 좋겠죠.

 

 

<토마토소스 만들기>

토마토 600g, 토마토페이스트 400g, 양파 1개, 다진 마늘 2큰술, 올리브오일 8큰술,

월계수잎 3장, 파슬리가루, 바질, 오레가노, 파마산치즈가루적당량, 후춧가루, 소금 2작은술

 

1. 토마토는 칼집 낸 다음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씨를 빼낸다.

2. 껍질 벗긴 토마토와 양파를 잘게 잘라서 준비한다.

3.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내다가 잘게 자른 양파를 넣어 투명해지도록 볶는다.

4. 토마토페이스트를 넣고 충분히 볶다가 여기에 잘게 자른 토마토를 넣어 마저 볶는다.

5. 월계수잎과 파슬리가루, 바질, 오레가노를 넣고 뭉근히 끓인다.

6. 파마산치즈가루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토마토는 가운데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끓는 물에 살짝만 데쳐 껍질을 벗긴다.

초록색 씨 부분을 가려내고 뚬벙뚬벙 자른다.

양파는 채썰고 양송이버섯 편 썰어, 애느타리버섯은 먹기 좋게 찢어 준비한다. 

 

 

 

 

 

끓는 물에 약간의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넣고 파스타면을 8-9분간 삶아 올리브유에 버무려둔다.

파스타 삶은 물은 따로 받아 둔다.

 

 

 

 

 

 

파스타면이 삶아지는 동안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양을 내다가

양파를 볶고 여기에 버섯을 넣어 볶는다.

 

 

 

 

 

 

준비한 토마토를 넣고 잠깐 볶다가 다시 토마토소스를 넣어 자작하게 볶는다.

 

 

 

 

 

 

삶아진 파스타면을 넣고 소스가 면에 잘 스며들도록 볶으면서 바질도 넣는다.

이때 뻑뻑하다면 파스타 삶은 물을 조금 넣어 부드럽게 한다.

파마산 치즈가루를 넣어 마무리하고...

 

 

 

 

 

 

접시에 담아 파슬리가루로 마무리하면 발갛게 먹음직스러운 토마토 버섯 파스타 완성~^^

 

 

 

 

 

 

진한 토마토 맛과 버섯의 쫄깃함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탱글탱글한 파스타 면이 함께 하니 이보다 더 호화로울 수는 없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는 파스타친구의 파스타보다 이렇게 호화로운 파스타를 더 자주 먹게 되었지만

파스타친구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내게 늘 힘이 된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파스타친구가 아프도록 보고 싶은 날이다.

 출처 : http://www.cyworld.com/girinnamu/2653229